“2천만 원 경차 vs 2천만 원 SUV” … 온갖 혜택에도 경차 외면하는 진짜 이유



대형차 선호 속 신차 부재 원인
혜택·가격도 예전같지 않아
5월 경차 등록 대수 37.4% 급감
경차
레이 / 출처 : 연합뉴스

한때 ‘서민의 발’로 불리며 도심의 실용적인 선택지였던 경차가 국내 도로에서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다양한 세금 혜택과 경제성으로 사랑받았던 경차는 이제 소비자들의 외면 속에서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으며, 몇 년 내에 그 흔적조차 희미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경기 불황에 경차도 안팔려…올해 연간 판매 7만대 밑돌 듯

경차
캐스퍼 / 출처 : 연합뉴스

국내 경차 시장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5월 경차 신규 등록 대수는 5,626대로, 전년 동월 대비 37.4%나 급감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2024년 1~5월 누적 등록 대수가 30,809대로, 전년 동기(46,517대) 대비 33.8%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의 통계는 이러한 하락세가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보여준다. 2012년 216,221대로 정점을 찍은 국내 경차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21년에는 98,781대까지 떨어졌다.

현대차의 캐스퍼 출시로 2022년 잠시 134,294대로 반등했으나, 2023년에는 다시 124,080대로 하락했다.

경차
경차 / 출처 : 연합뉴스

경차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첫째, 한국 사회의 자동차 인식이 변화했다.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사회적 지위나 부의 상징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실용성과 경제성을 앞세운 경차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다.

둘째, 경차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다.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는 레이나 캐스퍼의 풀옵션 모델은 2천만원 전후로, 2천만원대에 구입 가능한 소형 SUV나 준중형 세단과 비교했을 때 뚜렷한 가격 우위를 보이지 못한다.

셋째, 정부의 지원 혜택이 축소됐다. 과거 경차 구매자들이 누렸던 취득세, 자동차세 감면, 유류세 환급, 보험료 할인, 주차장 할인 등의 혜택이 일부 폐지되거나 축소되었다.

경차
레이 캠핑카 / 출처 : 뉴스1

현재 국내 경차 시장의 축소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완성차 업체들이 수익성이 낮은 경차보다는 중대형 차종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대형차 선호 현상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1인 가구 증가와 친환경 이동수단에 대한 관심 증가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KB차차차의 데이터에 따르면, 중고차 시장에서 경차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모닝(1위), 레이(4위), 스파크(5위)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경차 시장의 회생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 강화, 제조사들의 혁신적인 신모델 개발, 그리고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심 주차난과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경차의 실용성과 환경친화성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Copyright ⓒ 파이낸 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