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고리1호기 ‘원전해체’ 승인
한수원, 2037년까지 단계적 해체·부지 복원
국내 원자력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1978년 한국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로 출발했던 고리1호기,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지나 마침내 해체에 들어간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6일 국내 최초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의 해체를 최종 승인하면서, 한국은 원전 건설과 운영을 넘어 해체까지 아우르는 원전 전주기 기술 보유국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고리 1호기 해체 승인…원전 강국 韓 ‘500조’ 원전 해체 시장 첫발
고리 1호기는 1978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해 2017년 6월 영구정지된 후, 한국수력원자력이 2021년 5월 해체 승인을 신청했다.
원안위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안전성 심사와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의 사전검토를 거쳐 이번 해체를 승인했다.
한수원은 향후 12년간 총 1조 713억 원을 투입해 해체를 진행할 예정이다. 세부 비용 내역을 살펴보면 해체사업비 7072억 원, 원전해체지원시설비 1016억 원, 방사성폐기물 처분비 2467억 원, 비방사성폐기물 158억 원으로 구성된다.
해체 과정은 크게 네 단계로 진행된다. 영구정지 관리 및 해체준비, 해체착수 및 비방사선구역 해체, 오염구역 해체, 부지복원 순이다.
특히 2031년까지 사용후핵연료 반출을 완료하고, 2035년 부지 복원에 착수하여 2037년 최종 해체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수원은 이미 지난해 원전 해체 준비의 첫 단계로 ‘계통제염’을 실시했다. 이는 원전 내 방사성 물질을 화학약품으로 제거하여 방사성 물질 수준을 30분의 1로 낮추는 작업이다.
원안위는 해체 과정에서 현장을 매일 점검하고, 반기마다 사업자의 해체 상황을 보고받아 심층 점검을 수행할 계획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588기의 원전이 영구정지될 예정이며, 이에 따른 해체 시장 규모는 약 5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원전 해체를 완료한 국가는 미국(20기), 독일(3기), 일본(1기), 스위스(1기)에 불과하며, 대형 상업용 원전 해체 완료는 미국만이 성공했다.
한국은 현재 96개의 원전 해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수원이 58개의 해체 상용화 기술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38개의 핵심 기반 기술을 각각 확보하고 있다.
또한 한수원은 영국 원자력해체청(NDA), 프랑스 ORANO, 캐나다 키네트릭스·캔두에너지, 슬로바키아 자비스(JAVYS) 등 해외 전문기관과의 교류를 통해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고리1호기 해체는 단순한 설비 철거를 넘어 국내 해체기술 내재화와 전문인력 양성, 산업 생태계 조성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해체 사업은 한국이 원전의 전 주기 관리 체계를 갖춘 나라로 도약하는 중요한 전환점이자, 향후 글로벌 해체시장 진출의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수원은 정부 연구개발(R&D) 사업과 자체 연구를 통해 원전 해체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며, 월성1호기 해체를 위한 중수로 해체 기술 확보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한국은 원전 해체 분야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