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7년 이상 연체·5천만원 이하’ 빚 탕감
다중 채무자나 업종의 구분 없어 형평성 논란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채무 탕감 정책이 형평성 논란과 도덕적 해이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개인 채무를 일괄 탕감하는 이번 정책은 다중 채무자에 대한 기준과 업종 제한 없는 지원으로 인해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특별 채무조정 내용과 형평성 논란…도덕적 해이까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올해 3분기부터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의 개인 채무를 금융사로부터 일괄 매입할 예정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기준이 채무자 1인당이 아닌 대출 1건당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는 여러 곳에서 빚을 진 다중 채무자도 각각의 대출이 기준에 부합하면 모두 감면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한 개인이 10년 연체한 5000만원의 은행 대출과 8년 연체한 2000만원의 저축은행 대출이 있다면, 두 대출 모두 탕감 대상이 되어 최대 7000만원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기준 설정에 대해 “개인 채무가 4000개가 넘는 금융사에 분산되어 있어, 1인당 기준으로 설정할 경우 정보 통합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정책의 또 다른 논란은 업종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의 새출발기금이 부동산 임대업, 전문직, 도박·사행성 업종 등을 제외했던 것과 달리, 이번 정책은 업종 구분 없이 지원한다.
이는 도박이나 사행성 사업으로 인한 채무도 조건만 맞으면 탕감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당국은 “파산 수준으로 정상적 상환이 불가능한 경우만 탕감해주기 때문에 형평성이나 도덕적 해이를 어느 정도 판별할 장치가 있다”고 설명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화여대 석병훈 교수는 “대출을 소액으로 쪼개서 버티면 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추가적인 정책 보완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채무조정을 받은 이후의 신용정보 불이익도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현행법상 7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되는 연체정보와 달리, 채무조정 이력은 새로운 신용정보로 등록되어 금융생활에 제약을 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무조정 이후에는 신용카드 발급이나 대출 등이 거절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정부의 채무 탕감 정책은 취약계층 구제라는 긍정적 측면과 형평성 논란이라는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약 113만 명의 장기 연체자들에게 새로운 시작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만, 성실 상환자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도덕적 해이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금융당국은 3분기 내 발표할 세부 방안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