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기름, 산패가 빠르고 빛과 공기에 민감해
공기와 접촉 막고, 빛을 차단해야
“들기름은 냉장고에만 넣어두면 안전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건강 기름인 들기름은 오히려 잘못 보관하면 영양가와 맛을 잃고, 심지어 해로운 물질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들기름은 다른 식용유보다 산패(기름이 변질되는 현상)가 빠르고, 빛과 공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오메가-3의 보고, 그러나 산화에는 약하다
들기름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혈관과 두뇌 건강에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건강 기름이다. 하지만 이 오메가-3 성분이 바로 ‘약점’이기도 하다. 기름의 산화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개봉하지 않은 들기름의 유통기한은 24개월이지만, 한 번 뚜껑을 열면 한 달 안에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참기름과 달리 항산화 성분이 적어 공기와 빛에 노출될수록 변질이 가속된다.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보관법은 4℃ 이하의 냉장고에 넣어두고, 공기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뚜껑을 꼭 닫아야 한다. 또한 직사광선과 형광등 빛에 노출되면 품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냉장 보관 외에도 들기름을 오래도록 신선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비밀 병기’가 필요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 중 하나가 참기름을 섞는 것이다.
전체 용량의 20% 정도를 참기름으로 채워 넣으면, 참기름 속 항산화 성분이 들기름의 산패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참기름의 항산화 성분이 들기름의 산패를 늦춰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빛을 차단하는 것도 핵심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신문지나 알루미늄 포일로 병을 감싸거나, 라면 봉지의 은박 비닐을 활용하면 된다.
특히 “라면 봉지를 뒤집어 은박면이 바깥쪽을 향하게 한 뒤 병을 감싸면 빛을 효과적으로 막아준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런 간단한 조치만으로도 기름의 품질을 크게 지킬 수 있다. 더 나아가 불투명한 병으로 옮겨 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무리 잘 보관해도 기름의 상태를 점검하는 습관은 중요하다. 들기름이 산패되었는지 확인하려면 몇 가지 신호를 보면 된다.
색이 탁하거나 변색된 경우, 특유의 고소한 향 대신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경우, 기름이 끈적하게 흘러내리는 경우는 이미 변질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증상이 보이면 유통기한이 남아 있어도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반대로 병 바닥에 가라앉은 침전물은 색과 향이 정상이라면 큰 문제가 아니다. 여름철에 기름이 살짝 굳어 보이는 현상도 냉장 보관 탓이니, 잠시 상온에 두면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주방에서 흔히 버리는 우유팩과 라면 봉지 역시 들기름 보관에 유용하다. 사용한 우유팩을 깨끗이 잘라 병을 넣어 두면, 냉장고 안을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다. 기름이 잘 스며들지 않고 단단하기 때문이다.

또한 들기름 병 주변에 묻은 기름기는 곧바로 닦아내고, 뚜껑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밀폐력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오래된 병은 새 밀폐 용기로 바꾸는 것도 권장된다.
결국, 들기름 보관의 핵심은 냉장고에만 넣어두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공기와의 접촉을 막고, 빛을 차단하며, 참기름과 혼합해 항산화력을 높이는 것까지 함께해야 한다. 이렇게만 해도 한 달 이상 고소한 맛과 향을 지킬 수 있다.
무심코 방치한 들기름 한 병이 당신의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방 속 라면 봉지와 우유팩, 그리고 작은 관심만 있다면 들기름은 훨씬 오래, 훨씬 맛있게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