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연구팀, UK 바이오뱅크 13만명 분석
지중해·고품질 식이가 치매 발병 위험 감소시켜

최근 치매 예방에 있어 식단의 중요성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이 13만 명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중해식 식단이 치매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증가하는 치매 환자 수에 대한 새로운 예방적 접근법을 제시하는 중요한 발견이다.
식단은 채소·과일·통곡물·견과류·생선 등 식물성 위주+건강한 지방섭취

이지원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지중해식 식단을 충실히 따르는 그룹에서 치매 발병 위험이 최대 2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마인드(MIND) 식이 그룹에서 27%, 권장 식품 점수(RFS) 최상위 그룹에서 28%까지 치매 위험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UK 바이오뱅크의 13만 1209명의 데이터를 13.5년간 추적 관찰했다.
이들은 다양한 식이 패턴을 분석했는데, 특히 MEDAS(지중해식 식이), MIND 식이, RFS, AHEI(대체 건강 식이지수), EDII(염증식이지수)와 같은 다양한 식이 패턴과 치매 발생 간의 연관성을 심도 있게 조사했다.

건강한 식단의 핵심은 채소, 과일, 통곡물, 견과류, 생선 등 식물성 위주의 식품과 건강한 지방의 섭취다.
특히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등푸른 생선(고등어, 연어, 꽁치, 정어리)과 호두, 달걀 등은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추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염증 유발 위험이 높은 EDII 식이가 높은 그룹에서는 치매 위험이 최대 3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포화지방과 정제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이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단 개선과 함께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필요하다. 우선 하루 7시간 이상의 충분한 수면을 취해 뇌 속에 쌓이는 알츠하이머 관련 단백질을 줄이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밤늦게 스마트폰을 보거나 불규칙한 생활을 피하고, 일정한 수면 패턴을 유지해야 한다.
규칙적인 명상도 좋은 방법이다. 명상은 뇌 혈류를 개선하고 스트레스를 낮춰 정신적 안정과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명상을 하는 습관을 들이면 효과가 크다.
또 하나의 방법은 활발한 사회 활동이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만나고, 취미나 봉사, 동호회 활동에 참여하면 우울감을 막고 뇌를 자극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퍼즐, 독서, 보드게임, 악기 연주 등으로 두뇌를 자극하는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종합적으로 실천하면 기억력 감퇴를 늦추고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국내 60세 이상 치매 환자 수가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으며, 2050년에는 200만 명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예방적 접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지원 교수는 “대규모 인구 기반 코호트 분석을 통해 식이 지표와 인지 건강 간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지중해식과 같은 고품질의 영양 식단이 치매와 경도인지장애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식단 개선을 통한 치매 예방의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향후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식이 가이드라인 개발과 실천 방안 마련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