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5 독일 진출
테슬라 점유율 급락 기회
중형 SUV 시장 노린다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뒤바뀔 조짐이 보이는 독일에서 기아가 과감히 승부수를 던졌다.
기아는 오는 하반기, 유럽 전기차 시장의 중심지인 독일에 중형 전기 SUV EV5를 정식 투입한다. 이 결정은 단순한 신차 출시가 아니다. 전통 강호인 폭스바겐과 BMW가 구축한 ‘양강 체제’에 균열을 내겠다는 선언이다.
독일 진출, EV5로 판 흔든다
기아는 오는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IAA 모빌리티쇼’에서 EV5를 처음 공개한 뒤, 유럽 주요 시장으로 판매를 확장할 계획이다.
EV5는 기아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기반의 중형 SUV로, 400볼트 시스템과 88.1kWh 용량의 LFP 배터리를 탑재해 30~80% 충전을 단 18분 만에 끝낼 수 있다.
차체 길이 4.62미터에 이르는 EV5는 넉넉한 실내공간을 확보해 실용성을 강조했으며, 전륜구동(160kW), 사륜구동(230kW), 후륜 기반 고성능 GT(70kW)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 구성으로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혔다.
업계에서는 EV5의 가격이 폭스바겐 ID.4와 비슷한 약 3만5000유로(한화 약 55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는 이를 통해 테슬라 모델 Y, 폭스바겐 ID.4와 정면 승부에 나설 예정이다.
테슬라의 빈틈, 기아가 파고든다
기아의 전략이 주목받는 이유는 테슬라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 시장에서 테슬라의 판매량은 급감했다. 2025년 4월 기준 테슬라는 독일에서 단 885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45.9%나 줄어든 수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미국에서 예산 삭감과 대규모 해고를 추진하며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선 점도 소비자 신뢰에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독일에서는 머스크가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여론이 악화된 상태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기아는 현대차와 함께 독일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4월, 현대차·기아는 독일 시장에서 9923대를 판매해 전체 브랜드 중 3위를 차지했고, 점유율도 8.1%로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폭스바겐(5만8060대), BMW(1만4298대)에 이어 세 번째다.
독일 중소도시 공략, 실속 전략 먹힐까
한편 EV5는 단순히 성능 좋은 차를 넘어선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EV5는 “EV6보다 저렴하면서도 폭스바겐 ID.4보다 넓은 실내를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BMW나 메르세데스 벤츠가 고급 전기차 시장에 집중하는 가운데, 기아는 중간 가격대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는 가격에 민감한 독일 중소도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가능성이 크다.
생산은 주로 중국 옌청공장에서 이뤄질 예정이며, 독일을 포함한 유럽 시장에는 이 공장에서 만들어진 EV5가 수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EV5의 가격 경쟁력은 경쟁사 대비 매우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