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경차 판매량 급증
신차와 극명한 대조
경기 불황 속 가성비 선호

신차 시장에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경차가 중고차 시장에서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고차 시장에서 경차가 판매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반면, 신차 시장에서는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점점 더 ‘합리적인 소비’를 택하면서 신차보다 저렴하고 유지비가 적은 중고 경차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중고차 시장 점령한 경차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린 국산차는 기아 모닝으로 3497대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쉐보레 스파크가 3189대, 기아 뉴 레이가 2709대 순으로 나타났다. 국산 중고차 판매 상위 3위를 모두 경차가 독차지한 셈이다.
기아 레이도 같은 달 2043대가 팔리며 판매 순위 8위에 올랐다. 지난달 국산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린 차량 10대 중 4대가 경차인 셈이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판매량에서도 경차의 강세는 계속됐다. 기아 모닝이 5만 648대로 2위, 쉐보레 스파크가 2만 9394대로 6위, 기아 레이가 2만 4947대로 7위에 각각 올랐다.
14일 만에 팔리는 경차의 인기

중고차 시장의 경차 인기는 판매 기간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국내 최대 직영 중고차 플랫폼 기업인 케이카가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차량별 판매 기간을 분석한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가장 빨리 팔린 중고차는 현대차의 경차 캐스퍼로 평균 14일만에 거래됐다. 쉐보레 뉴 스파크와 더 넥스트 스파크가 15일로 뒤를 이었고, 기아 더 뉴 모닝도 18일로 빠르게 팔린 중고차 4위에 올랐다.
이는 경차가 신차 시장에서 보이는 부진과는 완전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신차 시장에서 경차 등록 대수는 5626대로 작년 동월 대비 37.4% 급감했다.

신차 등록 대수 순위에서도 기아 레이가 3846대로 겨우 11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 중고차 시장에서의 압도적 인기와는 정반대의 결과다.
경기 불황이 만든 가성비 추구 현상

경차가 중고차 시장에서 이런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경기 불황과 이에 따른 가성비 차량 선호 심리가 꼽힌다. 비록 경차가 신차 시장에서는 외면받고 있지만 사회초년생이나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해당 차급을 찾고 있다.
경기 불황이 본격화하자 이들이 더 저렴한 가격에 경차를 살 수 있는 중고차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신차 경차의 경우 각종 세금과 부대비용 등이 부담스러운 반면, 중고차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대림대 김필수 자동차학과 교수는 “경기 불황 속에서도 경차를 찾는 소비자들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중고차 시장에서는 경차를 더욱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해당 시장에서 경차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회복 신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가성비 추구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