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로 전락한 사이버트럭
출시 1년 반만에 가치 40% 폭락
머스크 말과 정반대 결과 나와
“1년 만에 4천만 원이 날아갔다.”
한때 100만 건이 넘는 사전 예약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이, 출시 1년 반 만에 중고차 시장에서 처참한 현실을 맞이했다.
외부에 실거래가가 공개되자 중고차 감가상각률은 최대 40%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고, 소비자들은 낙담을 금치 못하고 있다.
1년 만에 40% 하락…믿었던 가치의 배신
테슬라는 최근 중고차 반납, 이른바 ‘트레이드인’ 정책을 도입하면서 사이버트럭의 내부 매입가를 공개했다. 이에 따라 일부 오너들이 테슬라로부터 받은 견적을 커뮤니티에 공유하면서 실제 가치 하락 수준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주행거리 약 1만km의 2024년형 AWD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테슬라로부터 약 6만5천달러(한화 약 8900만원)로 평가됐다. 출시 당시 가격이 약 10만달러(한화 약 1억 3750만원)였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1년여 만에 35% 가까이 가치가 하락한 셈이다.
주행거리가 더 많은 차량의 경우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약 5만km를 달린 동일 모델의 경우 매입가는 약 39%의 감가율을 보이며 6만500달러(한화 약 8300만원)로 떨어졌다.
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19년 “사이버트럭은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자산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던 예언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다.
특히 중고차 플랫폼 카바나(Carvana)보다 8천달러(한화 약 1100만원) 높은 매입가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차량 가치 하락의 충격은 결코 작지 않다.
열풍은 사라지고, 재고만 남았다
사이버트럭은 2023년 11월 정식 출고를 시작하면서 단숨에 전기 픽업트럭 시장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지난해엔 미국 내 전기 픽업트럭 부문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하며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사이버트럭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외관, 스테인리스 스틸 차체, 다양한 혁신적 기능 등 여러가지 요소들이 맞물려 소비자들의 기대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차량 외장에 녹이 발생하고, 지붕 패널 접착 불량, 리콜 등 다양한 품질 문제가 줄줄이 터졌다.
여기에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까지 논란을 키우며 일부 지역에서는 테슬라 차량이 방화와 파손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사이버트럭 오너들은 “길에서 이 차를 타는 게 두렵다”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또한 2024년 1분기에는 포드 F-150 라이트닝이 판매량에서 사이버트럭을 앞질렀고, 현재는 재고 수천 대가 쌓여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예약 대기 리스트는 사실상 사라졌고, 현재는 사이버트럭을 주문하면 단 일주일 만에 차량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테슬라는 생산 중단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들의 흔들리는 충성심
한편 테슬라는 여전히 미국 중고 전기차 시장에서 47%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달 중고차 판매량은 전월 대비 27%나 증가했다. 하지만 사이버트럭의 평균 중고가는 1.8% 하락했다.
아이씨카(iSeeCars)의 분석에 따르면, 전기차는 보통 5년 내 58.8%의 감가상각률을 보이는데 사이버트럭의 하락 속도는 그보다도 가파르다. 반면 같은 전기 픽업인 리비안 R1T의 감가율은 2년 기준 29%로, 상대적으로 나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정치적 이미지와 차량 품질 논란이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동차 정보 사이트 에드먼즈는 “사이버트럭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테슬라에 대한 감정적 유대도 함께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사이버트럭은 한때 시장을 뒤흔들었던 ‘혁신’의 상징에서, 지금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여기에 감가 우려, 품질 문제, 브랜드 피로감까지 동시에 밀려오면서, 테슬라의 오너십 구조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