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만 원대 롤스로이스라니 “이게 말이 되나?”…자세히 보니 ‘이럴 수가’



1973년 실버 쉐도우 개조
미쓰비시 L200 픽업 기반
이베이서 3500만원 판매
Rolls Royce Tuning Car Appear
1973 롤스 로이스 실버 섀도우 4×4 (출처-이베이)

정숙하고 고급스러운 영국산 럭셔리 세단의 대명사였던 롤스로이스가 말도 안 되는 변신을 했다.

미쓰비시 픽업트럭 섀시 위에 올라앉은 1973년형 실버 쉐도우가 현재 이베이에서 판매 중인 것으로 한때 귀족들의 전용차였던 이 차량이 이제는 잠금식 리어 디퍼렌셜까지 갖춘 터프한 사륜구동 오프로더로 재탄생했다.

‘정숙’ 대신 ‘소음’, 부드러움 대신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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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 롤스 로이스 실버 섀도우 4×4 (출처-이베이)

이 괴이한 개조 차량의 심장은 2007년형 미쓰비시 L200 픽업트럭에서 가져온 것이다. 원래 부드러운 주행감과 정숙성을 자랑하던 실버 쉐도우는, 이제 터프한 4기통 터보 디젤 엔진과 사륜구동 시스템을 품은 전혀 다른 존재가 됐다.

기존의 6.75리터 V8 엔진은 자취를 감췄고, 대신 소음이 거친 디젤 엔진이 낮은 회전수에서 강력한 토크를 뿜어낸다. 여기에 거대한 연료 탱크까지 얹혀져, 한 번 주유로 약 2,000km까지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한때 “롤스로이스에서 가장 큰 소리는 시계 소리뿐”이라는 광고 문구가 있었지만, 이 차량에선 그런 말은 통하지 않는다. 디젤 엔진의 격렬한 소음이 정숙함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체성 사라진 실내, 값은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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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 롤스 로이스 실버 섀도우 4×4 (출처-이베이)

실내는 외관만큼이나 아이러니하다. 대부분은 1970년대 롤스로이스의 클래식한 감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콘솔 하단에 삽입된 미쓰비시 계기판과 낡은 운전석 시트는 고급스러움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 차량의 가격을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제작자가 공개한 이베이 광고에 따르면, 이 차의 제작비만 한화 약 5500만 원이 투입됐지만, 현재 판매가는 그보다 훨씬 낮은 약 3500만 원 수준이다.

연비도 흥미롭다. 기존 롤스로이스 실버 쉐도우보다 두 배 이상 높은 리터당 12.7킬로미터의 효율을 자랑한다. 공기 저항이 커지고 차체 무게도 훨씬 늘었음에도 이 정도 연비를 실현한 점은 개조 기술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다카르 랠리’에서 온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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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 롤스 로이스 실버 섀도우 4×4 (출처-이베이)

이 차량은 단순한 장난감 수준의 개조차가 아니다. 그 배경에는 실제 랠리카에서 받은 영감이 깔려 있다. 1981년 파리-다카르 랠리에 등장했던 ‘쥘 다카르 롤스로이스 코니시’라는 차량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그 차량은 롤스로이스 쿠페 외형을 유리섬유로 복제해 만들었고, 초기 레이스에서는 성능을 발휘했지만 결국 사고로 리타이어했다.

이번 실버 쉐도우 개조차 역시 그 전설을 오마주했다. 트럭 섀시와 사륜구동 시스템, 잠금식 디퍼렌셜 등은 당시 다카르의 정신을 현대식으로 구현한 결과다.

‘이게 말이 되나’ 싶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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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 롤스 로이스 실버 섀도우 4×4 (출처-이베이)

한편 롤스로이스 SUV, ‘컬리넌’의 기본 가격이 한화로 약 4억 원을 훌쩍 넘는 시대에, 3천만 원대로 구입할 수 있는 ‘롤스로이스 기반 SUV’는 분명 낯설고 이질적인 존재다.

특히 모두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이 차는, 어쩌면 ‘합리적인(?) 가격의 롤스로이스’라는 모순된 문장을 실현한 유일한 모델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조합”이라며 “하나의 창의적인 실험으로 보면 흥미로운 시도”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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