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자동차 구조조정 단행
르노 지분 일부 매각 결정
9500억원 신차 개발 투입

무너져가는 일본 자동차 그룹의 한 축, 닛산이 생존을 위한 대수술에 돌입했다.
지난 회계연도에만 6조 3천억 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닛산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고 결국 2만 명 인력 감축, 공장 폐쇄, 자산 매각이라는 고강도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신차 개발에 ‘올인’…르노 주식 매각 결정

닛산의 이반 에스피노사 사장은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인터뷰에서 프랑스 르노 지분 중 일부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닛산이 보유한 르노 지분은 15%인데, 이 중 5%를 처분할 계획이다.
매각 규모는 현재 주가 기준으로 1천억 엔, 우리 돈 약 9500억 원에 달한다. 에스피노사 사장은 매각 대금을 모두 신차 개발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닛산은 전기차 전환에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아오고 있는데, 이 자금이 새로운 반전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에스피노사 사장은 지분 일부 매각에도 불구하고 르노와의 협력 관계는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르노와의 전략적 협업은 계속될 것이며, 기술과 생산 측면에서 함께할 부분이 여전히 많다”고 밝혔다.
17개 공장 중 7곳 닫고, 2만명 감축

적자 폭이 커지면서 닛산은 기존 생산 시스템에도 메스를 댔다. 2027년까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생산 거점 17곳 중 7곳을 없애고, 전체 인력의 약 15%에 해당하는 2만 명을 줄이기로 했다.
구조조정 대상에는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 위치한 옷파마 공장도 포함됐다. 에스피노사 사장은 “생산과 연구, 시험 등 각 기능별로 존폐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며, “생산 라인을 중단하더라도 시험 시설 등은 유지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닛산은 요코하마 본사 건물도 매각을 검토 중이다. 자산을 현금화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생존을 위한 실탄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다.
혼다와 협업 재시동…생존 위한 우군 찾기

한때 합병 논의까지 있었던 혼다와의 관계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에스피노사 사장은 “전기차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 논의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닛산과 혼다는 지난해 전기차,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에서의 공동 대응을 위해 합병을 추진했지만, 통합 비율과 구조에 대한 이견으로 무산된 바 있다.
한편, 닛산은 내년 3월 회사채 상환을 앞두고 2천억 엔(약 1조9천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도 계획 중이다. 영국 정부기관의 보증을 전제로 한 것으로, 금융시장 불안정 속에서도 자립을 위한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극심한 실적 악화, 과감한 구조조정, 주식 매각, 그리고 협력 확대. 닛산이 내건 이 모든 조치는 결국 ‘생존’이라는 단어로 귀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선택이 고육지책에 그칠지, 아니면 반전을 위한 전환점이 될지는 신차 개발 성패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