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받던 브랜드인데 “한순간에 몰락 위기”…경영진까지 사과한 초유의 ‘상황’



닛산 경영진 주주에 공개 사과
2분기에도 1조8천억 적자 예상
“2028년까지 회복 요원” 분석
Nissan Large Deficit
닛산자동차 규슈공장 (출처-후쿠오카 관광청)

닛산자동차가 한때의 영광에서 벗어나 극심한 경영난에 빠졌다.

연간 6조 원대 순손실에 이어, 최근 발표된 2분기 실적 전망까지 1조8000억 원대 영업적자를 예고하면서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주주총회 자리에서 사장이 고개를 숙였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닛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며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닛산의 미래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규모 감원과 공장 폐쇄…‘리닛산’은 실현 가능할까

Nissan Large Deficit (2)
닛산 본사 (출처-연합뉴스)

닛산이 발표한 경영 정상화 전략 ‘리닛산(Re:Nissan)’의 핵심은 ‘과감한 몸집 줄이기’였다. 전 세계에서 2만 명 감원, 7개 공장 폐쇄, 그리고 고정 및 변동 비용 5천억 엔(한화 약 4조7천억원) 감축이 그 골자다.

에스피노사 사장은 구조조정 발표 당시 “현 상황에 대해 깊은 책임을 느낀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이 같은 조치로는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 닛산은 2026 회계연도에나 수익성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으며, 이 시점조차도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Nissan Large Deficit (3)
이반 에스피노사 닛산 사장 (출처-연합뉴스)

생산 규모 축소 역시 논란의 중심이다. 닛산은 17개 글로벌 공장을 10개로 줄여 연간 생산량을 100만 대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공장 가동률을 70%에서 100%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중국 지역이 제외된 수치이기 때문에 실제 가동률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불확실성’만 키운 구조조정…협력업체와 지역사회도 ‘비상’

Nissan Large Deficit (4)
닛산 캔턴 공장 (출처-연합뉴스)

특히 공장 폐쇄 계획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에서 닛산은 아르헨티나, 인도, 태국 등 일부 공장만 폐쇄 대상으로 언급했을 뿐이다.

여전히 일본 내 오파마·쇼난,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주요 공장은 ‘예상 목록’에만 머물러 있다. 이는 1999년, 당시 카를로스 곤 최고운영책임자(COO)가 폐쇄 대상 공장을 명확히 밝혔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관련 부품업체들의 경영 안정성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실제로 닛산의 부품 협력사였던 마렐리는 파산했고, 카사이공업과 쟈트코 역시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Nissan Large Deficit (5)
닛산 대규모 구조조정 (출처-연합뉴스)

닛산은 부품업체 통합을 추진 중이지만, 단순한 통폐합이 실질적인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협력사들의 기반이 무너진 상황에서 닛산의 재건을 도울 여력 자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관건은 ‘신차’…그러나 아직도 멀었다

Nissan Large Deficit (6)
닛산 2분기 실적 1조8천억 원 적자 예고 (출처-연합뉴스)

한편 닛산의 위기에서 가장 큰 결핍은 ‘신차’다. 과감한 투자와 오랜 개발 기간이 필요한 신차 프로젝트는 에스피노사 체제에서 가시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업계는 닛산이 의미 있는 신차를 시장에 내놓기까지 최소 2028년 이후로 보고 있다.

에스피노사 사장이 “2년 내 수익성을 회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지만, 현재 구조조정과 신차 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구조조정이 오히려 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닛산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이들이 “기대했던 브랜드가 이렇게 무너지나”라는 실망감을 드러내는 이유다.

Nissan Large Deficit (7)
리프 (출처-닛산자동차)

전문가들은 “닛산의 부활은 구조조정보다 신뢰 회복과 미래 제품 전략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 닛산이 마주한 위기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의 생존을 건 ‘신뢰 전쟁’이기도 하다.

Copyright ⓒ 파이낸 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