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들려온 소식 “이러다 진짜 끝장난다”…세계적 브랜드였는데 대체 왜?



닛산 18년 만에 조기퇴직 실시
협력업체 대금 지급 연기 요청
투기등급 추락한 세계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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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선더랜드 공장 (출처-연합뉴스)

글로벌 브랜드 닛산이 18년 만에 일본에서 조기퇴직을 실시한다는 소식과 함께 협력업체 대금 지급 연기까지 요청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요미우리신문은 닛산이 올여름 일본에서 18년 만에 사무직종을 대상으로 조기퇴직을 실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동시에 로이터통신은 닛산이 단기 자금 확보를 위해 협력업체들에 대금 지급 연기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한때 세계 자동차 업계를 주도했던 닛산이 이제 하루하루 버티기 급급한 상황에 몰린 것이다.

협력사 결제 연기까지…닛산의 ‘현금 확보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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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닛산자동차 본사 (출처-연합뉴스)

로이터가 확보한 내부 문서에 따르면 닛산은 당초 유럽과 영국 지역의 협력사에 6월로 예정된 납품 대금을 8월 15일 또는 9월까지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닛산 측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CEO의 지시”라며 직원들에게 안내했다.

결제 지연을 수용한 업체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졌다. 첫째, 대금을 나중에 받되 이자를 추가로 받는 방식. 둘째, 제때 지급을 받되 은행을 거쳐 닛산이 나중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닛산은 이 방안을 통해 최대 5900만 유로, 우리 돈 약 967억 원의 현금 흐름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닛산은 3월 말 기준 약 20조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올해 안에 상환해야 할 부채만 약 6조 5000억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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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로고 (출처-연합뉴스)

여기에 더해 3대 국제 신용평가사 모두 닛산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추가 하락이 발생하면 자금 조달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도카이도쿄인텔리전스연구소의 스기우라 세이지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금 닛산의 행보는 극단적인 비용 절감과 유동성 확보 전략의 일환”이라며 “가능한 한 모든 지출을 늦추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전기차에 5조 투자…하지만 감원과 공장 폐쇄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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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선더랜드 공장 (출처-닛산자동차)

닛산은 이미 2021년과 2023년에 걸쳐 영국 선더랜드 공장을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삼기 위해 총 30억 파운드(한화 약 5조 6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과거의 일. 현실은 다르다.

요미우리신문은 닛산이 선더랜드 공장에서 조기 퇴직을 모집 중이며, 이는 전체 인원의 5%인 약 250명 규모라고 보도했다. 대상은 연구개발과 부품 조달 부문 등이며, 생산직은 제외됐다. 조기 퇴직은 일본 본사 사무직에도 확대될 예정이다.

이는 닛산이 올해 4월 취임한 이반 에스피노사 CEO 체제에서 추진 중인 구조조정과 맞닿아 있다. 에스피노사 CEO는 향후 2년간 전 세계 인력의 15% 감축과 7개 공장 폐쇄를 포함해 약 4조 7000억 원 규모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내세웠다.

세계적 브랜드의 몰락…회복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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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차량 (출처-닛산자동차)

한때 ‘일본 기술력의 상징’이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과시하던 닛산. 그러나 지금은 조기 퇴직, 결제 연기, 신용등급 하락 등 삼중고에 직면했다.

닛산은 “일부 협력사와 유연한 지급 조건을 조율한 것은, 비용 부담 없이 현금 흐름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기 자금 확보에 급급한 방편에 불과하며, 장기적인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업이 진짜 ‘끝장’나는 순간은, 숫자가 아니라 신뢰가 무너질 때다. 18년 만에 사무직까지 조기 퇴직을 단행한 닛산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시선이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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