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3사 점유율 급락
15.6%→7.9%로 반토막
중국 기술 의존도 심화

중견 완성차 3사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중국산 자동차의 공세, 현대차·기아의 양강 체제, 그리고 미국의 관세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시장에서 이들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KG모빌리티·한국GM 등 중견 3사의 올해 1~5월 내수 시장 점유율은 7.21%에 그쳤다.
이는 2021년 15.6%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판매 대수 기준으로도 4만4976대로, 같은 기간 수입차 판매량(11만대)에 한참 못 미친다.
중국차와 하이브리드 공세, 중견 3사에 ‘직격탄’

국내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호하기 시작한 시점에, 중견 3사는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특히 한국GM은 올해 들어 볼륨 모델 신차를 내놓지 못하며 판매량이 급감했다. 1~5월 트레일블레이저는 전년 대비 28.7%, 트랙스는 38.7% 줄었다. 전체 판매량도 38.8% 하락했다.
중국차의 공세는 더욱 매서웠다. BYD, 체리차 등이 속속 국내 시장에 진입하며 SUV·전기차·하이브리드 부문에서 경쟁이 격화됐다.
르노·KGM 반전 모색…한국GM은 ‘무대책’

르노코리아는 SUV ‘그랑 콜레오스’로 회복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인 이 차량은 월 4000대 넘게 판매되며 올해 판매량이 2만3052대로 지난해 대비 151.3% 증가했다.
이어 8월엔 전기차 ‘세닉’, 내년엔 쿠페형 SUV ‘오로라2’를 출시할 예정이다. 연속 신차 투입으로 내수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KG모빌리티도 2030년까지 전기·하이브리드 신차 7종을 내놓는다. 특히 ‘액티언’과 ‘토레스’에 BYD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듀얼테크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들어간다.

여기에 중·대형 SUV ‘SE10’도 중국 체리차와 공동 개발 중이다. KGM 측은 “중국 기술 협력이 향후 경쟁력 확보의 열쇠가 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한국GM은 신차 계획이 사실상 멈췄다. 최근 출시한 ‘더 뉴 에스컬레이드’는 대중성이 떨어지는 모델이라 시장 영향력이 미미하다. 게다가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고율 관세가 현실화되면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
중국 의존 심화…장기적 리스크 ‘경고등’

르노코리아와 KGM이 반전을 시도하는 과정에서도 우려는 남아 있다. 두 회사 모두 중국과의 기술 및 생산 협력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다만 르노코리아는 하반기부터 부산 공장에서 폴스타의 전기차 ‘폴스타4’를 위탁생산한다. 이는 미·중 갈등으로 중국 대신 한국이 생산 기지로 선택된 결과다.
그러나 폴스타와 르노코리아 모두 지리자동차의 지분 영향 아래 있어, 미국이 고율 관세를 매기게 될 경우 수익 구조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의 우회 생산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면, 한국 내 위탁생산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지역경제에도 ‘여진’…정치권 개입 움직임

한편 중견 3사의 위기는 단순히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세 회사는 국내에 총 1만8711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으며, 협력업체 종사자만 약 22만5000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르노코리아의 부산, 한국GM의 인천·창원, KG모빌리티의 평택 공장이 위치한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하다.
특히 한국GM은 최근 직영 서비스센터 9곳과 부평공장 내 유휴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밝혔고, 노조는 이를 두고 “구조조정의 전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내부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노조는 성과급 중심의 요구를 지속하고 있어 해법은 요원하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산업부, 노사와 함께 위기 극복을 위한 협의체 구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