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KG모터스 ‘미봇’ 돌풍
900만 원대 초소형 전기차
토요타 전기차 판매량 추월

“경차보다 작은 차를 누가 타요?”
비웃음 속에 등장한 1인승 전기차 한 대가 일본 자동차 시장의 고정관념을 통째로 흔들고 있다. 900만 원대 초소형 전기차 ‘미봇(Mibot)’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시장 진입 2년 만에 토요타와 BYD 전기차 판매량을 앞지른 스타트업 KG모터스는 단순한 ‘작은 차’가 아닌, ‘현실적인 이동 수단’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좁은 골목길, 짧은 거리 이동, 그리고 고령화라는 사회적 특성을 정확히 겨냥한 결과다.
토요타도 못한 일, 스타트업이 해냈다

일본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전기차 비중이 가장 낮은 나라다. 지난해 기준 전체 신차 판매 중 전기차는 연간 약 5만 9000대에 그친다.
그런 시장에서 KG모터스는 완성차 브랜드들이 놓친 틈새를 파고들었다. 2022년 히로시마에서 창업한 이 회사는 ‘너무 큰 차’를 경계했다.
“이제는 크기보다 실용성이다.” 쿠스노키 카즈나리 대표는 일본의 주거 구조와 이동 습관에 맞는 해법을 고민했다. 결과물은 토요타 하이에이스 밴에 실릴 정도로 작은 크기의 전기차였다. 차폭 1090mm, 길이 2490mm. 기아 모닝보다 1미터가량 짧다.

그럼에도 성능은 꽤 실용적이다. 한 번 충전으로 약 100km를 주행하고, 최고 시속은 60km다. 일본 가정용 전력(AC 100V)으로도 5시간이면 완충된다.
가격은 세금을 제외하고 100만 엔, 즉 한화로 약 940만 원 수준이다. 전기차 보조금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구매 비용은 더욱 낮아진다.
‘세컨드카’에서 ‘필수차’로

판매 성과는 시장을 놀라게 했다. 2025년 3월까지 생산 예정인 3300대 중 2250대 이상이 이미 계약 완료됐다. 토요타의 2024년 전기차 판매량 약 2000대를 넘어선 수치다. 여기에 중국 BYD의 2200대도 추월했다.
부담 없는 가격 덕분에 미봇은 단순한 출퇴근용이나 동네 마실용으로 구매하기에 적절한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로 인해 구매자 상당수가 충동구매에 가깝게 차량을 예약하고 있다.
실제로 예약 고객의 대부분은 기존 차량을 보유한 고령층 또는 단거리 이동 수요가 있는 사용자들이다. 자동차로 등록되지만 이륜차처럼 취급되는 구조로 자동차 검사나 주차장 확보 의무가 없고, 세금과 보험료도 현저히 낮다.

여기에 3년간 유지비가 10만엔(한화 약 95만원) 초반에 불과해 세컨드카 또는 지역 이동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에도 통할까? ‘틈새 모빌리티’가 던진 질문

한편 KG모터스는 2027년까지 연간 1만 대 생산 체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차세대 모델도 개발 중이다.
특히 거대 완성차 업체들이 망설이고 있는 틈새 시장을 정면으로 파고든 ‘맞춤형 모빌리티’ 전략의 성과물인 미봇은 고령화와 도심 교통 문제를 겪고 있는 한국에서도 고민해 볼 틈새 모델이다.
크고 빠른 것만이 좋은 차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용도에 맞는 적절한 크기와 성능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 변화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처럼 좁은 도로와 주차 공간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작은 차가 오히려 더 실용적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대형 SUV와 프리미엄 전기차에 집중하는 기존 완성차 브랜드와 달리, 미봇은 ‘생활밀착형’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했고 단순히 작고 싸다는 이유로 외면받던 소형차의 이미지가, 실용성과 지속 가능성을 앞세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