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 생산라인 2주간 가동 중단
31% 생산량 감축 후 휴업 결정
디젤 단종 여파, LPG도 역부족
“주말 특근도 이젠 없다. 재고부터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
소상공인의 발로 불렸던 현대차의 소형 트럭 ‘포터’가 깊은 시름에 빠졌다. 자영업자 감소와 경기 침체가 겹친 여파다. 결국 현대차는 울산공장의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잠정 중단하는 결정까지 내렸다.
포터, 속도 줄이다 결국 멈췄다
현대차는 오는 19일부터 7월 2일까지 울산 4공장 2라인을 2주간 휴업한다. 이 라인에서는 내연기관 포터와 전기차 모델인 포터 일렉트릭을 함께 생산하고 있다. 포터의 생산량을 줄이고, 라인을 멈춘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16일부터 18일까지는 시간당 차량 생산량(UPH)을 기존 28.5대에서 19.5대로 조정했다. 하루 16시간 기준으로 따지면 월 생산량은 9120대에서 6240대로 약 31.5% 줄어드는 셈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설비 공사 때문만은 아니다. 포터의 판매 부진이 장기화되며, 생산 속도를 조절해도 남아도는 재고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소상공인 줄고, 포터도 덩달아 추락
포터의 부진은 단기간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포터의 국내 판매량은 2만4027대로 전년 동기 대비 26.6% 감소했다.
특히 내연기관 포터는 30.3% 줄어든 1만9644대에 그쳤다. 전기차 모델인 포터 일렉트릭도 같은 기간 3.2% 감소한 4383대를 파는 데 그쳤다.
업계는 포터 판매 하락의 핵심 원인으로 자영업자 감소와 디젤 모델 단종을 지목한다. 과거 포터는 생계형 운송수단으로 자영업자들의 선택을 받아왔다. 그러나 디젤 모델 단종 이후 LPG 모델이 출시됐지만, 수요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PG 모델이 있긴 하지만, 디젤 수요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말하며 “포터의 주요 고객층이 줄어든 것도 분명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5월 기준 자영업자 수는 565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만2000명 줄었다. 벌써 5개월 연속 감소세다.
기아 봉고도 흔들…상용차 전반의 위기
비단 현대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아의 봉고 역시 판매 부진에서 자유롭지 않다. 올해 1~5월 봉고는 1만5051대가 팔리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1.6% 감소했다. 기아 역시 판매 둔화에 따른 재고 누적을 이유로 생산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이는 ‘상용차=안정적인 수요’라는 공식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경기 위축, 자영업자 감소, 정책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과거에는 끄떡없던 차량들마저 멈추게 한 셈이다.
한편 현대차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생산 조정을 넘어 국내 소상공인들의 경제 활동 위축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해석된다. 포터 판매 부진은 곧 소상공인들의 사업 환경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가 언제까지 이런 어려운 상황을 견뎌낼 수 있을지, 그리고 자영업자들의 회복은 언제쯤 가능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