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임단협 시작
역대급 요구안에 비상등
6년 무분규 깨질 위기

노조가 요구한 조건이 공개되자, 업계 곳곳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정년을 64세까지 늘리고, 주 4.5일제를 도입하고, 1인당 2천만 원에 달하는 통상임금 위로금까지 요구한 현대차 노조.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시작되자마자, 사상 초유의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노조 요구안, ‘역대급’ 수준

현대차 노사가 최근 울산공장에서 임단협 상견례를 갖고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이날 상견례에는 이동석 현대차 대표이사와 서쌍용 금속노조 부위원장, 문용문 현대차 노조 지부장 등 노사 교섭 대표 70여 명이 참석했다.
상견례에서는 교섭 대표 소개와 함께 향후 협상 일정이 논의됐다. 차기 교섭은 다음 주 중에 진행될 예정이다. 현대차 노조가 사측에 전달한 요구안은 역대 최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전년도 순이익의 30%에 달하는 성과급, 상여금 900% 지급을 비롯해, 정년 연장과 퇴직금 누진제 도입, 통상임금 위로금 2천만 원 지급 등 민감한 사안이 다수 포함됐다.

특히 눈에 띄는 항목은 통상임금과 관련된 위로금이다. 이는 과거 통상임금 관련 판결로 인한 보전 성격의 일시금으로 보이는데, 일괄 지급 시 사측의 부담은 수천억 원에 이를 수 있다.
여기에 노조는 근무 시간 단축도 요구했다. 주 5일제에서 금요일 근무를 4시간 줄인 ‘주 4.5일제’ 시행을 제안한 것이다.

정년 연장 요구도 거세다. 기존 60세인 정년을 최대 64세까지 늘려달라는 것이다. 노조 측은 국민연금 수령 시점과의 연계를 주장하며, 사회적인 추세에 부합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노사 갈등, 6년 무파업 기록 깨질까

현대차 노사는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으로 파업 없이 임단협을 타결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노조의 요구 강도가 매우 높은 데다,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부과된 자동차 관세,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등은 사측의 재무 부담을 키우는 변수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는 여러 외부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유연한 협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노조 측은 “사측이 지난해 막대한 이익을 냈으니 그에 걸맞은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결렬’ 가능성 커지는 협상

한편 이번 임단협이 장기화되면, 생산 차질은 물론 수출 물량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울산공장은 현대차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거점이다.
협상이 원만하게 타결되지 않을 경우, 노조는 쟁의권 확보를 위한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고용 안정성과 근무 조건 향상을 내세운 이번 요구안은 노사 간 팽팽한 줄다리기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사측이 노조의 핵심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하느냐다. 현실적 여건과 노동자의 권리가 맞부딪힌 이번 협상은,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닌 ‘노사 관계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