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규제 해제로 본격 시동
매입 기준 대폭 완화로 시장 공략
신차 부진 극복 위한 새 돌파구

현대차·기아가 주춤했던 중고차 사업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미국의 관세 장벽과 내수 시장 침체라는 복병을 마주한 상황에서, 두 완성차 브랜드는 빠르게 성장 중인 중고차 시장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았다.
특히 올해 7월부터 중고차 점유율 규제가 완전히 해제되면서, 그동안 숨죽였던 행보가 본격적인 질주로 바뀌고 있다.
중고차 기준 완화, ‘매물 갈증’ 해소 나서

현대차는 최근 중고차 매입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연식 기준을 기존 8년에서 10년 이내로, 주행거리는 12만㎞에서 15만㎞로 늘렸다. ‘중대한 결함이 없는 차량’이면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매입하는 방식으로 물량 확보에 나섰다.
개인 고객에 대한 판매 기준도 함께 완화됐다. 기존에는 5년 이내, 10만㎞ 이하의 무사고 차량만 판매했지만, 이제는 6년 이내, 12만㎞로 문턱이 낮아졌다.
이 같은 변화는 매입 차량 부족이라는 중고차 시장의 병목현상을 줄이고, 본격적인 사업 확대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또한 현대차는 지난해 전기차에 이어 이달부터는 수소차까지 중고차로 매입하기 시작했다. 현재 넥쏘와 같은 수소차가 대상이다. 단, 현대차·기아 외 브랜드 전기차와 택시, 영업용 화물차는 여전히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차량 품질과 내구성이 좋아져 10년 된 중고차라도 찾는 수요가 많다”며 “이번 기준 완화는 수요 대응뿐 아니라 중고차 시장 확장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세 장벽과 내수 침체…중고차 시장이 탈출구

이처럼 현대차가 중고차 사업에 다시 불을 붙인 배경에는 신차 판매 부진과 수출 환경 악화라는 현실이 있다. 미국의 수입차 관세 압박이 지속되고 있고, 내수 시장에서는 소비심리 위축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중고차 시장만은 예외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국내 중고차 거래량은 약 77만 9752대로, 같은 기간 신차 판매(55만 3392대)보다 약 41% 많다.
수출 시장에서도 중고차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국내 중고차 수출 물량은 29만 6637대로, 작년 전체 수출량의 절반에 이미 도달했다.
족쇄 풀린 현대차·기아…이제는 ‘거침없는 확장’

중고차 시장 진입 초기부터 현대차·기아는 점유율 규제를 받아왔다. 지난해 10월 사업을 시작하면서 현대차는 4.2%, 기아는 2.9% 이상 점유하지 못하도록 제한된 것이다.
하지만 지난 6월 1일부터 이 같은 규제가 전면 해제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더 이상 법적인 족쇄가 사라진 만큼, 현대차·기아는 중고차 사업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됐다.
기아도 현재 중고차 매입 기준 완화를 검토 중이다. 기아 인증중고차의 기존 매입 기준은 5년 이내, 주행거리 10만㎞ 미만이었다. 기아 측은 “매입 기준 변경에 대해 내부 논의는 진행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현대차·기아는 유통 인프라 확충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각각 지난해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에 ‘부동산 개발업’을 추가하며, 중고차 매매단지 조성과 물류 거점 확보에 나섰다.
현대차는 중고차 판매와 신차 구입을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도 강화하고 있다. 고객이 타던 차량을 ‘인증 중고차’로 매입한 뒤, 다시 현대차 신차를 구매할 경우 최대 300만 원의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한편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중고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기반 차량은 2021년 2월 출시된 아이오닉5 이후 전 세계에서 누적 100만 대 이상 판매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중고차 시장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