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증가에도 하락세
유럽 시장 현대차·기아 ‘빨간불’
점유율 줄고 판매량도 줄어

그동안 순조롭게 진행되던 유럽 시장 진출이 갑자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유럽 시장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성적을 보여오던 현대차·기아는 5월 들어 갑작스럽게 하락세를 나타냈다. 판매량은 줄고 점유율은 떨어지며 그간의 상승세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이다.
5월 판매량 감소…시장 흐름 역행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 5월 유럽에서 총 8만8491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0% 줄어든 수치다. 브랜드별로 보면 현대차는 4만5526대, 기아는 4만2965대를 각각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 5.6% 감소했다.
또한 현대차·기아의 시장 점유율은 7.9%로, 전년보다 0.5%포인트 줄었다. 현대차는 4.1%, 기아는 3.9%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각각 0.2%포인트, 0.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유럽 전체 자동차 시장은 오히려 성장세를 보였다. 총 111만3194대가 팔리며 전년 대비 1.9% 증가한 것이다.
주력 모델은 건재…하지만 힘 빠진 친환경차

현대차의 주요 판매 모델은 투싼(1만300대), 코나(7174대), i10(4712대) 순이었다. 기아는 스포티지(1만1553대), 씨드(8030대), 모닝(5767대) 등이 주력 모델로 나타났다.
친환경차 판매에서도 현대차는 투싼 HEV와 PHEV 모델을 포함해 6254대를, 코나는 5797대를 팔았다. 또한 캐스퍼 전기차 모델인 ‘인스터’도 2928대 팔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기아는 새로 출시한 EV3가 5310대 팔리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니로가 3961대(HEV 및 PHEV 3183대, EV 778대), EV6가 1389대 판매됐다.

하지만 전반적인 하락세 속에서 친환경차의 성장만으로는 전체 판매량 감소를 상쇄하지 못한 모습이다. 신차 효과나 전동화 전략이 유럽 시장에서 기대만큼 통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누적 실적도 ‘하락’, 분위기 반전 필요

한편 1월부터 5월까지 유럽 시장 누적 판매 실적을 보면 현대차·기아는 총 44만5569대를 판매해 전년보다 3.5% 줄었다. 현대차는 21만9509대, 기아는 22만6060대로 각각 3.9%, 3.1% 감소했다.
점유율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 양사의 합산 점유율은 8.0%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하락했으며, 현대차는 3.9%, 기아는 4.1%로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줄었다.
한 유럽 자동차 전문가는 “한국차가 한때 강한 전기차 라인업으로 주목받았지만, 경쟁사들의 빠른 전환 속도와 가격경쟁력 앞에서 다소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현대차·기아가 그동안 쌓아온 유럽 시장에서의 입지를 유지하고 다시 성장 궤도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보다 공격적이고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