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 공장 수출 98% 급감
캐나다 보복관세로 수요 위축
공급망 재편 불가피한 상황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 출고된 차량 수출량이 이례적으로 바닥을 찍었다. 단 한 달 만에 2천대 가까이 빠진 수치는 단순한 물류 문제가 아닌, 글로벌 관세 전쟁의 여파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외 무역 압박과 캐나다의 맞불 관세가 겹치며, 현대차는 이제 미국 현지 공장의 활용 방식을 근본부터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미국서 만들어도 못 나가는 차

현대차는 지난 5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 중 수출된 물량이 고작 14대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300대 이상을 수출한 것과 비교하면 98.9%나 급감한 수치다. 전달(2386대)과 비교해도 99.4%의 낙폭이다.
월간 기준으로 수출 물량이 100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0년 코로나19로 생산과 물류가 마비됐던 때 이후 처음이다. 작년 한 해만 해도 현대차는 이 공장에서 2만2600대를 해외로 수출하며 최근 5년 내 최고 성과를 냈다.
급격한 수출 감소는 단순히 수요 문제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추진된 수입차 25% 고율 관세 부활 움직임에 선제 대응하는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미국에서 생산한 차량을 해외로 보내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손해”라며,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산 물량을 최대한 현지에 남기는 방향으로 공급망을 조정 중”이라고 말했다.
관세 피하려 멕시코로 우회 생산

현대차는 수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산지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전략을 이미 실행 중이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은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미국 내 판매 차량은 미국에서, 캐나다용 차량은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멕시코 기아 공장에서 생산되던 미국 수출용 투싼은 지난 3월 이후 출고량이 ‘제로’를 기록했다. 반면, 캐나다로 향하던 물량은 멕시코 생산으로 돌렸다. 이로 인해 현대차는 관세 부담 없이 각 시장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이 방식도 한계가 있다. 트럼프의 관세 발효가 본격화되면, 그동안 쌓아놓은 ‘비관세 재고’조차 소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현지 판매 차량 가격 상승은 불가피해진다.
캐나다 보복관세 직격탄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대차의 미국산 차량 상당수는 캐나다로 수출돼 왔는데, 최근 캐나다 정부가 미국산 자동차에 25%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캐나다 내 생산 차량에 한해서는 미국산 수입차에 관세를 면제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현대차는 캐나다에 자체 생산기지를 갖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주요 시장이던 캐나다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HMMA가 캐나다 중심으로 물량을 내보냈는데, 보복관세 이후 수요가 확연히 줄었다”고 밝혔다.

한편 글로벌 공급망을 촘촘하게 짜 온 현대차지만, 트럼프발 관세 지형 변화와 북미 통상 갈등이라는 거대한 물결에 앞에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