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서 크레타 일렉트릭 인기
아이오닉5보다 60배 많이 팔려
현지화 전략으로 놀라운 성과
현대차가 인도 시장에 내놓은 두 전기 SUV의 성적표가 극명하게 갈렸다. 프리미엄 전기차인 아이오닉5는 올해 인도에서 단 78대가 팔린 반면, 현지 전략형 모델 크레타 일렉트릭은 같은 기간 무려 4956대가 출고됐다. 판매량 차이만 60배를 넘는다.
이 같은 격차의 배경에는 단순한 스펙 차이가 아닌, ‘현지화 전략’이라는 키워드가 숨어 있다. 2015년부터 인도 시장을 공략해온 크레타 브랜드의 인지도와 신뢰도, 그리고 현지 생산 기반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에서 ‘국민 SUV’ 된 크레타
현대차는 지난 2015년, 인도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크레타 내연기관 모델을 현지에 처음 선보였다. 이후 크레타는 인도에서 ‘국민 SUV’라 불릴 만큼 빠르게 성장했고, 지난해 누적 판매량이 100만대를 넘어섰다.
이 같은 기반 위에서 등장한 크레타 일렉트릭은 자연스럽게 시장에 안착했다. 올 1월부터 5월까지 인도에서 4956대를 판매하며, 전기차 부문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전체 연간 전기차 판매량이 약 11만대 수준인 인도에서 단일 모델이 1만대 가까이 팔릴 것이란 전망은 이례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형성돼 있었기에 전기차 모델도 빠르게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배터리도 ‘인도산’…현지화로 원가 낮추고 인센티브까지
크레타 일렉트릭의 흥행을 이끈 또 하나의 비결은 배터리 현지화다. 현대차는 인도 배터리 업체인 엑사이드 에너지와 손잡고, 첸나이에 있는 현지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직접 조립하고 있다.
엑사이드가 셀을 공급하고, 현대차가 이를 조립해 차량에 탑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생산 원가 절감과 함께 인도 정부의 현지 생산 기준도 충족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생산 비용 절감은 물론, 인도 정부가 추진 중인 ‘전기차 생산 촉진 정책(SPMEPCI)’과도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이 정책은 3년 안에 차량 가치의 25%, 5년 내 50%를 인도에서 생산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현대차는 인도 내 전기차 생산과 배터리 조립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어 이런 혜택의 주요 수혜자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인도 정부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고 있어 보조금 수령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모델’과 ‘현지 전략형’의 차이
반면 아이오닉5는 인도 시장에서 여전히 존재감이 미미하다. 연초부터 5월까지 78대 판매에 그치며, 크레타 일렉트릭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아이오닉5는 현대차가 세계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프리미엄 전기차로, 가격대나 사양 면에서 인도 시장의 주류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고급 사양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 오히려 현지 시장에서는 매력으로 작용하지 못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오닉5는 한국이나 유럽, 북미 시장에는 적합하지만, 인도에서는 가격 경쟁력과 실용성이 더욱 중요하다”며 “이번 결과는 단순히 차량 성능이 아니라, 시장에 맞춘 전략의 승패를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