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 가결에 사측 매각
트럼프 관세까지 복합 위기
2027년 재계약 앞두고 긴장

한국GM이 철수설과 파업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노조는 역대급 파업 찬성률을 기록하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고, 사측은 공장 부지와 서비스센터 매각을 추진하며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미국발 고율 관세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한국GM은 복합적인 위기 한가운데에 놓였다.
철수설에 기름 부은 파업 결의

한국GM 노조는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조합원 6851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고, 무려 88.2%가 찬성표를 던졌다. 이는 역대 가장 높은 찬성률이다.
노조는 이르면 27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정식으로 쟁의 조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중노위에서 ‘조정 중지’ 결정이 나면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노조 측은 이번 파업이 단순한 임금 인상 요구가 아니라 사측의 부지 매각 계획, 정비사업소 폐쇄 등 구조조정 움직임에 대한 전면적인 저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이 정도 찬성률이면 조합원들의 민심이 어느 방향인지 명확하다”며 “임금 협상은 물론 부평공장과 서비스센터 매각 계획도 즉각 철회하라는 경고”라고 말했다.
1인당 6300만원 요구…”회사는 돈 없다”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기본급 14만 원 인상 외에도 성과급, 격려금 등을 포함해 조합원 1인당 총 6300만 원 상당의 일시금을 요구하고 있다.
성과급 4136만 원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15%를 근거로 책정된 금액이고, 여기에 통상임금 미지급분 2250만 원도 포함됐다.
노조는 “회사가 최근 3년간 벌어들인 영업이익만 2조2000억 원에 달한다”며 “이 정도 실적이면 당연히 돌아올 몫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현 생산성과 수익 구조로는 노조의 요구를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사측은 일곱 차례 협상 동안 구체적인 제안은커녕 노조 요구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 매각·서비스센터 폐쇄에 “철회하라”

노조의 분노는 임금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사측이 부평공장의 일부 부지와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갈등의 불씨가 됐다.
노조는 “부품과 정비 서비스는 완성차 업체의 기본 인프라인데 이를 포기한다는 건 사실상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 노조 간부는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정비사업소를 포기한 사례는 없다. 중견 업체인 르노코리아나 KG모빌리티조차 정비망은 끝까지 유지한다”고 강조하며, “정부도 방관하지 말고 법적 제도적 개입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노조는 사측이 2027년까지 철수하지 않겠다고 한 한국 정부와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 GM 본사가 한국GM의 미래를 책임질 의지가 있다면, 부평과 창원 공장에 신차를 투입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부터 제출하라”는 말은 단순한 요구가 아닌 마지막 경고처럼 들린다.
외부 악재까지 겹친 삼중고

설상가상으로 한국GM은 외부 환경에서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한국GM 전체 매출 중 90% 이상이 수출에서 나오고, 이 중 85%가 미국향 물량이다. 관세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생산량 감소와 수익성 하락은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이 생명인 국내 완성차 업계에 고율 관세는 치명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노사 갈등까지 터지면 경영 위기를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한국GM은 이미 2018년 철수 위기를 겪은 바 있다. 당시 한국 정부는 8100억 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하며 미국 GM과 국내 사업 유지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신뢰마저 흔들리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파업이 현실화되면 한국GM은 물론, 협력업체와 부품사 수천 곳까지 연쇄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며 강대강 대치가 길어질수록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