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정체기, 제네시스의 새로운 승부수
하이브리드와 EREV로 전동화 전략 전환
시험 주행까지 마친 신차, 출시 임박

제네시스가 하이브리드와 EREV로 향한 깃발을 들었다. 완전한 전동화를 선언했던 과거와는 다른, 시장의 현실을 반영한 전략 변화다. 자동차 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기)’ 속에서 제네시스는 다시 한번 방향타를 꺾었다.
완성차 업계가 줄줄이 전략 수정에 나서는 가운데, 제네시스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시장 전반에 적잖은 파장을 예고한다.
하이브리드와 EREV, ‘현실적인 대안’으로 급부상

13일, 현대차그룹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은 제네시스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전기차 전환은 생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모든 고객이 전기차를 선택할 준비가 된 것은 아니다”라며 새로운 파워트레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완전한 탄소중립 이전 단계에서 실질적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히며, 하이브리드와 EREV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이미 하이브리드 프로토타입은 시험 주행을 마쳤고,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내에 출시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EREV는 일반 하이브리드와 달리 엔진은 전기를 생산하는 데만 사용되고 실제 구동은 대용량 배터리 기반으로 이뤄진다.
전기차처럼 조용하고 매끄러운 주행을 제공하면서도 충전에 대한 불안 없이 긴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어 북미 등 충전 인프라가 미비한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프리미엄 기술로 승부…성능과 고급성 동시에 잡는다

자동차 전문 해외 매체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하이브리드와 EREV가 “프리미엄 전략에 완벽히 부합하는 기술”이라고 평가하며, 해당 파워트레인이 브랜드의 고급화 전략과 정교하게 연결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하러 부사장은 “기존 전기차의 약점을 보완하면서도 주행의 자유를 극대화한 현대적인 하이브리드”라고 설명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주행 성능 극대화다. 제네시스는 후륜 기반의 플랫폼에 e-AWD를 적용해, 주 구동 모터는 후륜에, 보조 모터는 전륜에 배치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민첩성과 동력 성능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설계다.
특히 ‘마그마’ 시리즈 등 고성능 전기차 라인업에 토크 벡터링 기술이 적용되며 EV 특유의 무거운 차체에 대응하는 구동계 조정과 고성능 셀 확보 등도 병행되고 있다. 배터리는 한국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성능을 높인 제품이 투입될 예정이다.
시장 변화에 따른 전략 전환…조용한 반격의 서막

제네시스가 선언했던 2030년 ‘완전 전동화’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현실적인 수요와 글로벌 인프라 상황을 감안해, 그 여정에 유연성을 더한 것이다.
하러 부사장은 “제네시스는 실용성과 고급성을 겸비한 새로운 고급차의 정의를 만들어가는 중”이라며, “기술적 진보와 시장 현실의 균형을 맞춘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차만을 바라보던 제네시스가 하이브리드와 EREV로 다시 발을 넓히는 지금이 조용한 반격의 서막이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