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최신차인데 “조작은 아날로그”….물리 버튼 복원한 車, 이유가 뭐길래?



세계적 슈퍼카 브랜드의 역행
터치 버튼에서 물리 버튼 회귀
고객 불만에 귀 기울인 결과
Ferrari Amalfi Revealed
아말피 (출처-페라리)

“터치보다 버튼이 낫다”는 외침이 결국 슈퍼카의 조작계를 되돌렸다.

화려한 디지털 계기판 뒤, 조작은 오히려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가 공개한 신형 GT카 ‘아말피(Amalfi)’가 그 신호탄이다.

기술은 진화했는데, 감성은 뒤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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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피 (출처-페라리)

페라리는 최근 신형 모델 ‘아말피’를 공개하며,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기술적 회귀’를 공식화했다. 외관은 최신 트렌드를 따르면서도 실내 조작계는 아날로그로 돌아간다.

가장 큰 변화는 스티어링 휠이다. 페라리는 그동안 고수하던 터치식 조작 방식을 포기하고 물리 버튼을 다시 적용했다. 고객의 피드백이 결정적이었다. 기존 터치형 조작계가 실사용자들에게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페라리 상업 총괄 에넬리코 갈리에라는 “앞으로 모든 신차에는 물리 버튼이 기본 사양으로 탑재될 것”이라며 “기존 차량을 보유한 고객들을 위해 스티어링 휠 교체용 키트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 전체가 아닌 스티어링 휠 중심부만 교체하면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Ferrari Amalfi Revealed (3)
아말피 (출처-페라리)

기술적으로는 오히려 진보했다. 아말피는 3.9리터 V8 트윈 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640마력을 낸다. 이는 기존 로마 대비 20마력이 상승한 수치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은 3.3초로, 기존보다 0.1초 단축됐다. 최고 속도는 320km/h에 이른다.

고객들이 바꾼 조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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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피 (출처-페라리)

페라리는 이전에도 스마트폰에서 영감을 받은 터치식 조작계를 도입한 바 있다. SF90을 포함한 중후기 모델에 적용됐으나, 실 사용성은 기대에 못 미쳤다.

“운전 중엔 도로를 봐야 한다. 손은 핸들 위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터치 방식은 이와 상충됐다.” 갈리에라는 고객들이 느낀 불편을 이렇게 요약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변화가 판매 실적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페라리는 2024년 한 해 동안 1만3752대를 출고해 전년보다 0.7% 늘어난 판매량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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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피 (출처-페라리)

심지어 2026년까지의 주문량도 이미 확보된 상태다. 그럼에도 페라리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사용자 경험을 위해 변화의 방향을 다시 잡았다.

반전의 흐름…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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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피 (출처-페라리)

아말피의 실내는 최신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유지하면서도, 조작계만큼은 물리적 감각을 강조한다. 15.6인치 디지털 계기판, 10.25인치 중앙 디스플레이, 8.8인치 조수석 전용 화면이 각각 배치됐고, 최신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도 적용됐다.

또한 앞좌석 시트는 통풍 기능은 물론, 10개의 공기 챔버로 마사지 기능까지 갖췄다. 구조적으로는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를 구분하던 부품을 제거해 보다 넓은 실내감을 제공한다.

외부 디자인 역시 기존 로마의 고급스러움을 바탕으로, 디테일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조정됐다. 소음 규제가 강화되었음에도 새로운 소음기 레이아웃을 통해 풍부한 배기음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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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피 (출처-페라리)

한편 페라리의 이 같은 변화는 독일 폭스바겐도 공유하고 있다. 지난해 폭스바겐은 골프 GTI와 R, R-Line 트림에 다시 물리 버튼을 도입했으며, 향후 출시될 모델에도 센터 콘솔의 버튼 배치를 일부 복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세는 여전히 스크린 중심으로 다수의 브랜드들이 실내 버튼을 없애고 터치 인터페이스와 디지털 디스플레이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페라리의 이번 결정은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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