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세 속 고립된 브랜드
신차도 끊기고 생산도 중단
공식 부인 뒤에 숨겨진 메시지

28년간 중국 시장을 개척해온 쉐보레가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때 연간 64만 대를 팔며 승승장구했던 미국 브랜드가 올해 월평균 1300대밖에 팔지 못하는 처참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합작회사인 SAIC-GM이 중국 시장에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쉐보레, 뷰익, 캐딜락 등 3개 브랜드에 대한 ‘전략적 조정’을 준비하고 있으며, 특히 쉐보레는 중국에서 사실상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64만 대에서 5만 대로, 추락의 6년

차이나 EV 데이터트랙커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쉐보레는 2018년 중국에서 64만 1320대를 판매하며 시장 점유율 2.8%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6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2023년에는 16만 8588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2024년에는 판매량이 68.7% 급감한 5만 2774대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2025년 들어서는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단 5314대만 판매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5.9%나 감소한 수치다.
월평균 판매량은 약 1300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쉐보레 몬자 모델이 전체 판매량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한 개 모델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 월평균 5만 4300대에 비하면 무려 97.6% 감소한 것이다.
모든 신차 프로젝트 중단, 미래 동력 상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래를 위한 준비마저 중단됐다는 점이다. 중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쉐보레는 차세대 전략 모델들의 생산을 모두 ‘무기한 연기’했다.
트레일블레이저 EV, 플래그십 SUV C1YC-2, 신형 트레일블레이저 D2UC-2 ICE 등의 프로젝트가 줄줄이 보류됐다. 정규 생산(SORP) 이전 단계에서 사실상 취소된 셈이다.
게다가 현재 생산 중인 쉐보레 차량들조차 조만간 생산 종료 시점(EOP)에 다다를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쉐보레가 중국 내에서 더 이상 미래차 투자를 이어갈 여력이 없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철수는 없다’는 발언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우리는 쉐보레를 포기하지 않을 것”…말장난인가?

최근 철수설에 대해 SAIC-GM의 루 샤오 총괄 매니저는 “쉐보레 브랜드가 중국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소문은 가짜 뉴스”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우리는 쉐보레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 전문 매체 36kr은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 발언에 숨겨진 뜻이 있다고 폭로했다. 내부자는 루 샤오 매니저의 ‘쉐보레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의 진짜 의미는 ‘쉐보레 기존 사용자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었다고 전했다.
즉 SAIC-GM이 애프터 서비스 네트워크와 유지 보수를 계속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브랜드 철수 자체를 부인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전기차 전환 실패가 몰락의 원인

쉐보레의 중국 시장 실패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한 적응력 부족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보급률이 50%에 육박했음에도 쉐보레는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 판매에 크게 의존했다.
쉐보레 판매량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에 불과했다. 중국 고객에게 제공하는 전기차 모델도 많지 않았고, 트레일블레이저 PHEV 같은 출시 모델들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쉐보레는 올해 상하이 오토쇼에도 불참했으며, 많은 딜러들이 사업을 접으면서 애프터 서비스 문제에도 직면해 소비자 신뢰를 잃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쉐보레의 사례는 전통적인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가 급변하는 중국 시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도태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GM 한국사업장도 철수설에 대해 “추측성 루머에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지만, GM 서비스센터와 토지 매각 등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