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1위 BYD 위기
재고 대란에 생산량 급감
딜러들 “더 이상 못 버텨”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인 BYD의 딜러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한창 성장 가도를 달리던 BYD 역시 최근 생산 속도를 줄이고, 신규 라인 증설 계획도 보류했다.
지난 몇 년간 고속 성장하며 테슬라를 제치고 전 세계 전기차 1위 자리에 오른 BYD. 하지만 업계에서는 과잉 재고와 판매 부진, 무리한 물량 밀어내기가 촉발한 구조적 위기로 보고 있다.
재고 폭탄에 멈춰선 생산 라인
BYD는 최근 몇 달 사이 일부 공장에서 야간 교대 근무를 없애고, 생산량을 최대 3분의 1까지 줄였다. 계획돼 있던 신규 생산라인도 일부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BYD는 수익성이 떨어진 데다 재고 부담이 커지면서 비용 절감에 들어갔다”는 내부 설명을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매출이 목표치를 밑돌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생산 조정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생산량 감소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BYD의 올해 4월과 5월 생산 증가율은 각각 13%, 0.2%에 그쳐, 2024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급성장하던 분위기에서 급격한 냉각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딜러 먼저 무너졌다”…최장 재고에 폐점 속출
더 큰 문제는 유통망에 터지고 있다. 중국 자동차딜러협회가 5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BYD 딜러들의 평균 재고 보유 기간은 무려 3.21개월. 이는 전체 업계 평균인 1.38개월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딜러들의 부담은 현실이 됐다. 지난달, 중국 관영 매체는 산둥성에 위치한 대형 BYD 딜러가 영업을 중단했으며, 최대 20곳 이상의 매장이 방치되거나 폐업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자동차 딜러 상공회의소는 6월 초 긴급 성명을 내고, 완성차 업체들의 무리한 출고 압박을 멈출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실제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 목표를 조정하고, 30일 이내 캐시백 인센티브를 지급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가격 전쟁의 그림자, 해외로 눈 돌리는 BYD
BYD는 최근 자사의 최저가 모델 가격을 5만5800위안(한화 약 1060만원)까지 낮추며 가격 경쟁을 부추겼다. 이는 중국 내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주가까지 함께 끌어내리는 파장을 불렀다.
전문가들은 “BYD의 이 같은 가격 인하 경쟁이 브랜드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유통 채널의 수익성을 급격히 떨어뜨린다”며 우려를 표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중국 정부는 최근 몇 달간 자동차 산업 전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수년간 이어진 과잉 생산과 물량 밀어내기 관행이 제조사, 딜러, 공급망 전반에 심각한 압박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내수 시장에서 한계를 맞이한 BYD는 수출로 활로를 찾고 있다. 올해 1~5월 사이 BYD는 총 176만 대를 판매했고, 이 중 약 20%는 해외 시장으로 나갔다.
하지만 세계 무대 역시 쉽지 않다. 유럽과 미국의 보호무역 장벽,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이 강화되는 추세여서 BYD가 재도약을 위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