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미국서 전기차 94대 리콜
보행자 경고음 규정 위반 판정
GLC 헤드램프 불량도 추가 발생

프리미엄 자동차의 대명사 메르세데스-벤츠가 미국에서 비상 상황에 빠졌다.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94대가 일제히 리콜 조치를 받게 된 것이다.
문제는 후진할 때 나는 보행자 경고음이 일관되지 않다는 것이다. 벤츠 입장에서는 충분히 큰 소리를 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미국 당국은 규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보행자 안전 소홀히 한 ‘명품’ 브랜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94대에 대해 리콜을 발표했다. 대상 차량은 EQE SUV, EQE, EQS SUV, EQS 등 전기차 93대와 S580e 4매틱 하이브리드 차량 1대이다.
문제는 후진 시 발생하는 보행자 경고음이었다. 미국 교통당국의 제출 서류에 따르면 벤츠의 해당 차량들은 연식별로 경고음이 일정하지 않아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동일 브랜드와 모델, 연식, 차체 형태 및 트림에 대해 동일한 보행자 경고 시스템을 적용하도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도로교통안전국 측은 “벤츠 차량이 후진 시 보행자에게 충분히 큰 소리는 전달하지만, 일관되지 못한 소음 특성 때문에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리콜 이유를 설명했다.
헤드램프 불량까지 겹친 악재

이뿐만이 아니다. 벤츠는 또 다른 품질 이슈로 두 번째 리콜을 실시할 예정이다. 대상은 2023년형 GLC 모델 127대이다. 이번 리콜 사유는 헤드램프의 조립 불량으로 밝혀졌다.
해당 차량들은 헤드램프 수평 조준 나사를 덮는 캡이 공장에서 장착되지 않은 채로 출고됐다. 작은 부품 하나지만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이는 벤츠의 품질 관리 시스템에 허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는 치명적인 실수다. 특히 안전에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리콜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완벽을 추구하는 브랜드의 위기

한편 메르세데스-벤츠는 그동안 완벽한 품질과 기술력으로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이번 연이은 리콜 사태는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등 경쟁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라 더욱 부담스럽다. 미국은 벤츠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로 이곳에서의 리콜 사태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브랜드 신뢰도와 직결된다.
이에 벤츠 측은 이번 리콜 조치에 적극 협조하며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한 번 손상된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