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황이면 안 바꿀 이유 없다”…아우디의 ‘파격’ 선택, 대체 무슨 사연이?



2033년 내연기관 종료 계획 철회
독일 인력 14% 감축 동시 발표
전기차 부진에 전략 대폭 수정
Audi Electricization Strategy
아우디 전동화 전환 계획 수정 (출처-아우디)

아우디가 내걸었던 ‘2033년 내연기관 퇴장’ 시나리오가 조용히 뒤집혔다. 세계 전동화 흐름을 선도하겠다는 선언은, 시장 현실 앞에서 방향을 튼 모양새다.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가 기존의 내연기관차 생산 종료 계획을 철회하고, 전기차 전환 로드맵에 유연성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게르놋 될너 아우디 최고경영자는 지난 18일, 독일 잉골슈타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빠르게 변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 단일한 해법은 없다”며 “지금은 유연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2026년부터 전기차만 만들겠다”는 약속, 유예

Audi Electricization Strategy (2)
아우디 전동화 전환 계획 수정 (출처-연합뉴스)

당초 아우디는 2026년을 기점으로 내연기관 신차 개발을 중단하고, 이후 출시되는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이는 유럽 완성차 업계에서 가장 빠른 전환 선언 중 하나였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전기차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둔화되고, 충전 인프라 부족과 배터리 기술 부담이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해 아우디의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8% 감소한 16만 대에 그쳤고 전체 신차 판매량도 12% 줄어든 167만 대에 머물렀다.

될너 CEO는 “계획 수정은 시장의 복잡성을 반영한 조정”이라며 “전기차 전환의 큰 방향은 유지하되, 현실적인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연기관은 남기고, 전기차는 새 판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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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전동화 전환 계획 수정 (출처-아우디)

전략은 수정됐지만 미래 준비는 멈추지 않았다. 아우디는 폭스바겐그룹 내에서 중대형 차량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개발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과 함께 개발 중인 SSP(Scalable Systems Platform)는 그룹 전체의 차세대 전기차 전략의 핵심이다. 이를 기반으로 아우디는 2027년 말 또는 2028년에 첫 양산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라인업에도 변화가 있다. 아우디는 A1과 Q2 같은 소형차 후속 개발을 멈추고, Q3와 A3를 엔트리 모델로 재정비한다. 동시에 Q7, Q8에 이어 플래그십 SUV Q9까지 투입해 고급 SUV 시장을 공략한다. A8 같은 대형 세단은 그대로 유지된다.

감원과 투자, 두 얼굴의 경영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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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전동화 전환 계획 수정 (출처-아우디)

눈에 띄는 변화는 인력 구조조정이다. 아우디는 오는 2029년까지 독일 내 인력의 14%에 해당하는 7,500명을 줄이기로 했다. 2027년까지 6,000명을 감축하고, 이후 2년간 1,500명을 추가로 줄일 계획이다.

대상은 주로 간접 부문으로, 자연 감소와 조기 퇴직 유도 등 ‘사회적 수용 가능한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당초 경영진은 1만 2,000명 감축을 원했지만, 노사 협상을 통해 규모는 줄었다.

특히 아우디는 구조조정을 통해 연간 약 10억 유로(한화 약 1조5800억 원)의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아우디는 2029년까지 독일 내 공장에 총 80억 유로(한화 약 12조6500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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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전동화 전환 계획 수정 (출처-연합뉴스)

이를 통해 본사가 있는 잉골슈타트와 네카즐룸 공장에서 신형 전기차 생산을 위한 설비를 확충할 계획이다. 특히 네카즐룸은 대형 전기 세단의 생산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전기차로만은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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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 메르세데스-벤츠 (출처-연합뉴스)

한편 이 같은 결정은 비단 아우디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도 내연기관 생산 종료 시점을 미루거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유럽 자동차 산업 전체가 ‘전기차만이 답이 아니다’라는 현실적인 고민에 직면한 것이다. 인프라와 기술, 소비자 수요라는 세 축 모두에서 균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우디가 보여준 전략 수정은 후퇴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유연한 대응이 오히려 생존의 열쇠가 될 수 있다. 될너 CEO의 말처럼 “상황이 달라졌다면,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은 그럴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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