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대미 수출 27.1% 급감
다른 지역 증가로도 상쇄 못해
7월 가격 인상 불가피 전망

5월, 한국 자동차 산업은 예고 없이 덮친 이중고에 휘청였다.
한쪽에선 미국의 관세 장벽이 높아졌고, 다른 한편에선 전년도 호실적의 그늘이 길게 드리웠다. 대미 수출은 27.1%나 급감했고, 다른 지역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이 감소분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전체 수출액 및 수출 대수도 감소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5월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전체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62억100만 달러(한화 약 8조5500억원)로 집계됐다.
여기에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수출액도 전년 대비 2.5% 줄어든 300억2200만 달러(한화 약 41조4천억원)에 그쳤다. 또한 수출 대수도 감소했다.
5월 한 달간 24만7577대가 해외로 나갔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낮은 수치다. 생산량 역시 35만9000대로 전년 대비 3.7% 줄었다. 수출도, 생산도 동반 하락한 셈이다.
‘관세 폭탄’에 주춤한 미국 시장

감소폭이 가장 큰 곳은 단연 미국이었다. 대미 수출액은 25억1600만 달러(한화 약 3조4700억원)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1% 급감했다.
수치로만 보면, 단 한 달 새 9억3400만 달러(한화 약 1조2900억원)가 증발했다. 이는 EU 전체에 수출한 금액보다 많은 수준이다.
감소의 핵심 원인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 도입된 자동차 관세가 지목된다. 지난 4월부터 미국은 수입 자동차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적용했고, 그 여파가 5월 들어 본격화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저효과도 영향을 미쳤지만, 무엇보다 관세 부과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대미 수출은 3월 -10.8%, 4월 -19.6%에 이어 5월 -27.1%로 감소 폭이 가팔라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관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인해 7월부터는 미국 현지 판매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일부 완성차 업체는 브랜드 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연초 쌓아뒀던 재고가 소진되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아시아·중남미 ‘반짝’…하지만 부족했다

반면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다른 지역에서는 오히려 수출이 크게 늘었다. 아시아 45.1%, 아프리카 43.7%, 중남미 42.3%, 기타 유럽 30.9%, EU 28.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지역에서의 증가분으로는 미국 시장에서 잃은 손실을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미국은 단순한 수출처가 아니라 한국 자동차 산업의 ‘핵심 시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급 차량과 대형 SUV가 주력인 미국 시장은 단가 면에서도 다른 지역과 차별된다. 업계 관계자는 “양적으로는 수출이 증가했지만, 단가가 낮은 지역이 많아 전체 수익성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 시장 중심의 수출 전략에서 벗어나, 신흥시장 다변화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단순 수출 확대가 아닌, 고부가가치 모델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