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출장인가 해외 여행인가
싱가포르 다녀온지 3개월만에 또?
지방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해외 출장 논란

대한민국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의정활동을 펼치며 국민들을 대변하는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해외 출장 의혹이 종종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국내 언론인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경남 창원시의 시의회 의원들이 이달 대거 유럽 출장길에 오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39명 중 10명은 비교적 최근인 석 달 전에 싱가포르 연수도 다녀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외유성 출장에 대한 비판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근절되지 않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해외 연수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총 1억5천만원 상당의 창원시 예산이 투입되는 유럽 출장과는 별도로, 창원시의원 일부는 불과 석 달 전인 지난해 말에도 국외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김이근 창원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총 11명의 의원은 당시 약 2천300여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3박 5일간(12월 24일∼28일) 싱가포르를 다녀왔다.

다녀온 이들의 공무 국외연수 결과보고서를 보면 동남아 대표 선진 문화도시인 싱가포르를 방문해 도시환경·재생 분야 등의 정책 현황을 직접 살펴보고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을 목적으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부 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국민 눈높이와는 거리가 먼 외유성 일정이 다수 포함돼 있어 눈살이 찌푸려진다.

양국을 이동한 첫 날과 마지막 날을 제외하고 보면 의원들은 2일차에 싱가포르 정수시설(NEWater)과 차이나타운, 멀라이언 파크, 싱가포르의 대표적 상징물인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전망대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3일차에는 도심 명물인 마리나 인공제방(Marina Barrage·식수 확보용 대형 댐)과 보타닉가든, 아랍스트리트, 리틀인디아를 방문했고, 4일차 찾은 곳은 도시재개발청(URA), 센토사섬, 가든스바이더베이다.

보고서에는 해양레저산업 비교 시찰, 다양한 문화시설 방문, 시정에 접목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 발굴 등이 목적이라고 내세웠지만, 사실상 방문지가 싱가포르 현지 관광명소 위주여서 외유성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싱가포르 출장 인원 중 김이근 의장을 제외한 10명은 이번 유럽 출장길에도 또 오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 이러한 외유성 출장 비판은 늘 있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 사례가 반복되자 아예 국외 연수를 없애야 한다거나 제도 개선을 위해 중앙정부가 강력히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온다.

창원대 행정학과 송광태 교수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20년 가까이 의원들의 외유성 연수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해외연수 제도는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광성 해외연수는 지방의회와 의원들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린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는데도) 의원들이 죄의식도 없이 다녀오는데 국민 눈높이로는 이해할 수 없다. 지방의회 정책을 다루는 행정안전부에서도 이 문제를 계속 방치하지 말고 강력하게 손을 봐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